어느 시점부터 내 블로그의 조회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가 오프라인에서도 가끔 쓱 찾아와서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꽤 많아졌다.
공개적인 공간에 완전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꽤나 솔직하게 적어뒀다고 생각해서, 사실 저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좀 부끄럽다.
헉 그러면 내가 어떤 일들을 지나왔는지 다 봤다는 거잖아!
뭔가 속마음을 다 읽힌 거 같아서 부끄러웠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 후배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
블로그 글 읽다 보면 진짜 사람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듣고서 문득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 블로그가 뭐가 재밌지? 그냥 완전 내 이야기만 있는데?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요런 결론에 도달했는데..
거짓말하지 않고 온전히 내 것을 잘 정제해서 담아내고, 그 기록들을 지우지 않고 쌓아 올렸기 때문이 아닐까?
내 삶의 내용들이 하나 둘 쌓아 올려지니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소설 같은 느낌도 들고 말이야
그리고 평소에 글을 쓸 때에 어떤 마음가짐이었나 돌이켜봤다. 읽는 사람에게 선물 같은 글을 적고 싶었다. 나도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시간과 관심이 참 고마우니까.
그저 내 일상들과 하루하루를 나열하고, ‘저 잘 살고 있어요’ 하는 식의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읽는 입장에서 가져갈 게 없다고 생각했어서 그렇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서 글을 읽는 동안에는
오 이렇게 생각할 수 도 있구나
정말 그런가?
그치 이런 마음이었으면 나라도 이렇게 행동했을 거 같아
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나는 어땠나 돌이켜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글들을 써왔다.
슈퍼맨 이야기가 그렇고, 요즘 내 상태들을 적어냈던 이야기들도 작성자인 내가 아닌 읽는 이의 시점으로 돌려서 체험하듯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된 글들이다.
내 글에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으면, 어쩌면 내 글을 재밌어하는 사람들의 삶도 참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 모르는 걸 공감하긴 어려우니까. 물론 내가 글을 잘 써서 그렇기도 하다. 아 뭐요 동의 못하면 읽지 말든가!!!
이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다. 재밌게 봐주었다는 말이 ‘나도 너처럼 인생 재미있게 살고 있어!’ 혹은, ‘너처럼 재미있게 살고 싶어’라는 말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블로그 잘 보고 있어요!
라는 말을 들으면 기쁘다. 당신도 재밌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구나, 나 덕분에 그걸 돌아볼 수 있었구나 싶어서.
이 블로그를 통해 나처럼 재밌고 특별한 생각과 경험들을 가진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듣고, 야금야금 훔쳐와 내 것으로 만들어 다시 이 공간에 녹이고, 그렇게 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선순환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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