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참 웃기다. 친구는 누구인지, 어떤 생각이 그리 많은지. 왜 갑자기 슈퍼맨이라고 하는지.
나에겐 내가 컴플렉스였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참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소한 일들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고, 많은 생각들로 이어졌었다. 자연스레 내 감정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다른 사람들의 작은 거절도 큰 실망으로 이어졌고, 그 실망은 또 다른 생각을 낳아 나를 아프게 했다.
부탁받을 때면 나에게 부탁하러 오는 사람이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다 거절해야 할 것도 거절하지 못하곤 했었다.
억울한 상황에서 말싸움할 때에도 상대의 입장에 이입이 되어서, 상대방 말도 맞고 내 말도 맞는 말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런데 보통 싸움에서 상대방은 자기 말이 옳다고 하는 입장이니까, 나는 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내가 원망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거 같은데 왜 자꾸 나는 곱씹으며 아파하는 걸까?
아빠도 생각이 참 많아 보이던데. 참 쓸모 없는 유전이네.
사실 꽤 최근까지도 들었던 생각과 감정들이다. 한편으론 누구나 할만한 고민이지만, 나에겐 너무 크게 다가왔다. 나에겐 내가 컴플렉스였다.
나의 성인식
기둥들이 무너졌다
20살이 되었던 작년엔 참 힘든 일이 많았다.
사람의 삶 속엔 무엇이 있을까? 내 기준으로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건 인간관계, 자아실현(커리어), 돈이다. 그런데 나는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내 삶을 지탱하던 기둥들은 전부 무너지고 말았다.
나의 컴플렉스는 증폭되어가며 나를 삼키고 있었다. 나는 어떤 목표도 없었고, 삶의 의미를 잃었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나마 운동을 시작한 덕에 변화되는 내 모습에 많이 위로받았다.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한창 미쳐있을 그 시절엔 하루에 두 번씩 운동을 다녔다. 당시 나에게 유일하게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평생을 움직이길 싫어하고, 코딩하는 것만 좋아하던 내가
코딩이고 뭐고.. 일 그만하고 하루 종일 운동이나 하면서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내 문제들이 정말 해결된걸까? 정말?
몸이 변화되고 나는 강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동시에 약해지고 있었다. 내 마음이었다.
몸은 바뀌었지만, 마음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었다. 나는 점점 운동에 의존하고 있었고, 내 몸이 커지고 좋아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식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몸이 커지면 내 마음도 커지겠거니 여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거울을 봤다. 내 몸은 꽤 많이 변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들 앞에 서면 위축되고, 불만투성이에, 힘들지 않은척하기 바빴다.
나는 아무런 문제 없고, 내 인생은 너무 행복하고,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척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니 무의식에 그랬는지 의식적으로 그랬는진 잘 기 억 안난다. 아마 반반무많이였으려나.
내 주변 사람들은 분명 알고 있었을 거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퍼뜨리고 다녔으니, 날 떠날 법도 했을 텐데 돌이켜보니 참 고맙다.
저주가 축복이 되기까지
그러다 영화 맨 오브 스틸을 봤다. 슈퍼맨의 이야기다.
슈퍼맨은 외계인인데, 어쩌다가 아기 시절에 지구에 떨어지게 되었다.
지구의 환경은 외계행성과는 너무 달랐기에 슈퍼맨에게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수백 미터 밖의 자동차의 클락션 소리가 들리고, 외계인이라고 무서워하는 반 아이들의 생각이 읽혔으며, 무서워서 화장실에 도망갔는데 자신도 모르게 초능력으로 문을 부수고 있었다.
뭐 다행히 결국 슈퍼맨은 인간 아버지의 관심 덕에 잘 자랐다. 그렇게 지내다 자신의 행성 사람들이 지구를 침공하러 오는 바람에 슈퍼맨은 지구를 지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런데 외계인들은 지구에서 싸우려면 마스크를 쓴 채로 싸워야 했다. 마스크를 벗으면 너무 많은 소리가 들리고,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며, 힘을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슈퍼맨은 이들의 마스크를 벗기며 싸움에 임했고, 결국 이들을 지구 밖으로 추방하는 데 성공한다.
충격이었다.
나는 생각이 많은 내가 저주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서 내 감정들과 정보들을 잘 통제하고 가공 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니 큰 위안이 되더라.
그때 내가 아빠 아들인게 자랑스럽더라. 좋은 능력을 아들한테 물려주신 거 같아서.
그렇게 위로받고, 또 많은 고민과 행동들을 통해 무너진 기둥들을 하나둘 세우며 더 탄탄한 기둥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좋은 일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고, 좋은 일들을 나누어 주고 있다. 언젠가 다시 무너지더라도 금새 다시 고쳐서 세울 수 있도록.
이제야 말 할 수 있다
과거의 나에게 조심스레 한마디 던질 수 있다면
아 이게 아니라
친구야, 네가 생각이 너무 많다면 네가 슈퍼맨이라서 그래
라고 한마디 던져주고 또 생각에 빠지게 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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