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6일, 지금 있는 회사에 그렇게 대단하진 않지만 엄청난 공간이 생겼습니다.
바로 카페테리아 (구내식당)입니다.
카페테리아는 ‘모락모락’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왔습니다.
오옷-
첫날에 채끝살 스테이크가 무료로 제공되기도 하고 (저는 못 먹었지만 😇) 사람도 엄청나게 붐비고,
당연히 저도 팀원분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담배 피우시는데 커피 사느라 따라갔음
나: 다들 모락모락에 진심이군요 🤔
???: 연규님 이거 메뉴 보는 거 봇으로 만들면 진짜 인싸 되실걸요?
그렇습니다. 모락모락의 메뉴를 보려면 앱을 깔아서 직접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앱도 경험이 많이 안좋았어요
아침에 그 말을 듣자마자, 앱 구조를 살짝 봤습니다.
오호 앱 안에 웹뷰가 있고.. 프론트는 api 호출한 거로 그냥 그리네?
다행히 api는 JSON으로 통신하고 있어서 굳이 힘겹게 사이트에서 파싱 할 필요가 없었어요.
필드명이 좀 이상해서 화면하고 대조하면서 알아내야 했지만 😓
GPT 님께 기도를 올리며
그렇게 잠깐보고 일 하다가, 점심을 후다닥 먹고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코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점심 메뉴 요청 명령어와 응답값을 보내줄 테니 python 코드로 짜줄래?
여담이지만 요즘 ChatGPT 프로젝트로 GitHub에서 스타도 120개 넘게 받고, 바텐더 GPT 도 만들고 매우 재밌게 지내고 있습니다 🥃 요건 다음 기회에 글로 써보도록 하죠!
아 어떡하지 너무 기대된다!!
그렇게 퇴근 후에 몇 가지 디테일들을 더하고, 슬랙 API를 사용해서 메시지를 보낼 준비를 마치고 나서..
흠.. 이름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점심봇? 메뉴봇? 이런 거 말고 뭔가 애정이 가는 이름이었으면 좋겠는데..
밥 먹고 많이 많이 크라는 귀여운 느낌으로 무럭이?
아! 카페테리아 이름이 모락모락이니까 모락이라고 하자!
그리고서 아이디어 제공 해 주신 분께 살짝 공개했습니다.
그렇게 모락이를 완성하고, 다음날 아침에 공개할 생각에 떨려서 잠도 제대로 못잤습니다.
아 이거 100명만 들어와도 엄청 기쁘겠다..!!
떨렸던 첫 오픈 🤗
그리고 다음날, 첫날이니만큼 일단 수동으로 손수 작동시키고 홍보글을 작성합니다.
대표님이 소개글에 덧글도 달아주시고.. 감사 디엠도 엄청 받고 😎 매우 뿌듯했지만..
아니 그런데.. 이렇게 많이 들어왔는데 내일 작동안하면 어떡하지 😇
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왔습니다.
웃기게도 그 다음날 자동으로 작동 되지가 않았습니다 😇
사실 너무 걱정돼서, 원래 재택하는 날엔 8시 반에 일어나는데 작동시간 10분 전인 7시 50분에 눈이 떠졌습니다.
8시에 메시지 가야 하는데!!!
10분 동안 모니터링하다가 급하게 수동으로 작동시키고 작동방식을 변경했어요 😅 (이건 GitHub Action의 Cron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 때문인데, 요 글도 나중에 써보겠습니다.)
모락이를 사랑받게 만들자
위에서 몇 가지 디테일을 더했다고 했는데, 모락이를 만들면서 신경 쓴 디테일이 몇 가지 있었어요.
- 슬랙 메시지라고 해서 가독성 신경 안 쓰고 문자만 보내면 너무 칙칙할 거 같아.
- 음식 사진도 넣고,
- 자세히 볼 수 있는 버튼도 넣고,
- 두꺼운 글씨도 잘 활용해 보자.
- 메뉴 별로 메시지를 보기 이쁘게 나눠보자!
- 단순히 메뉴만 보여주면 너무 재미없을 거 같아.
- 몇 마디라도 더해서 귀여운 요소를 더해보자!
- 랜덤으로 텍스트를 조합해서 진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야!
- 이름이 모락이니까, 사람처럼 의인화해서 친근하게 느끼게 하자!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모락이의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모락이 입니다 🙋♂️
신입사원 모락이에요 🐥
안녕하세요! 모락이에요 🙇♂️
+
오늘도 몰래가서 슬쩍 📸
배고프시죠?! 그럴줄 알고 저녁 메뉴를 찍어왔답니다 📸
이렇게 몇 가지 랜덤 템플릿을 조합으로 섞어서 뻔한 메시지처럼 보이지 않도록 했어요.
그리고 공개한 이후에, 몇 가지 재미있는 이모지를 만들어주셔서 오늘 모락이가 어떤 메뉴를 먹을 건지도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진 속 모락이는 테이크아웃 먹는다고 하네요! 일이 바쁜가 👀)
이모지는 손수 저랑 소통하면서 만들어주셨어요
사랑받는 모락이 🤖
이런 디테일 덕분에 모락이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블라인드에도 글이 올라왔고요
사내 뉴스레터에도 실렸어요! 🎉
지금 확인해보니 538명 계시는군요! 2명 모자라지만 이 정도면 540명 이라고 해도 되겠죠?!
이젠 안녕 👋
여러 가지 이유로 저는 지금 팀에서 퇴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갖고서 인덴트 코퍼레이션이라는 곳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같은 성수라 출근길은 같아요!
마지막으로 모락이 아부지로서, 모락이를 개인 깃허브가 아닌 무신사 깃허브에서 돌 수 있도록 이사를 도왔습니다. 적응하는 기간동안 모락이가 아파서 가끔 제대로 작동 못했지만요 🤒
사실은 늘 작은 팀에서 일하다가 큰 회사로 옮겨서 꽤 답답하고 힘들었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내 일이라는 느낌이 안들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엄청 많은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니까, 뭔가 이겨낸 기분도 들고, 뿌듯하기도 했어요. 나름 지금 속한 회사에서 유일한 사람이 되기도 했고요. 모락이 아부지는 저 한명밖에 없으니까!
지금은 다른 분께 부탁드려서 넘겨놓은 상태랍니다. 모락이 양아버지 잘 부탁드립니다 🙇♂️
아무튼 모락이 덕분에 너무 즐거웠고 모락이 좋아해주신 분들께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는 다음 회사에서도 빛나고 유일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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