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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이폰을 샀다. 15 프로 티타늄 화이트다. 512기가에다가 애플케어까지 같이 사서 2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덕분에 일주일간 너무 행복했다. 애플케어도 있겠다, 생폰으로 쓰기로 했다. 촉감도 너무 좋고. 일단 그냥 예쁘잖아..! 그런데 스크롤하다가 우연히 손가락에 걸리는 느낌을 받아서, 자세히 보니 화면에 흠집이 나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생길줄이야. 신경 쓰였다. 필름에 난 흠집이면 갈면 되는데, 이건 휴대폰에 생긴 흠집이니까. 🤔 조금 뜬금 없긴한데, 난 참 생각이 많다. 맞다. MBTI N이다. 생각만 하면 소리 지르면서 이불을 발로 막 차고 싶은 흑역사도,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한번 더 보고 싶은 그런 좋은 기억들도 떠올려보곤 한다. 어떤 기억들은 지우고픈 상처이고 어떤 기억..
‘법구경’이라는 불교 경전에, 내가 좋아하는 내용이 있다. 아름다운 저 꽃이 향기가 없듯 그 사람의 말에는 향기가 없다. 아름다운 저 꽃이 향기가 나듯 그 사람의 말에는 향기가 있다. 나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멋있는 사람들을 따라 했다. 그렇게 나도 꽃이 될 수 있나 싶었다. 그저 따라 했기 때문이었을까? 향기가 없었다. 향기인 줄 알고서 모였던 벌들은 이내 사라졌다. 나는 꽃이 될 수 없는 건가 싶었다.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흘렀다. 생각들이 깊어지고 그저 따라 했던 행동들 중 무의식에 남은 것들은 내 것이 되어 나의 색을 갖고 있었다. 근데 사실 그냥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거울을 보며 ‘오늘 나 좀 괜찮은데?!’ 하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고 하나 둘 날아오는 벌들을 보며..
매년 이맘때쯤이면 이런저런 약속을 잡는다. 안 까먹으려고 캘린더에 열심히 적어둔다. 와.. 벌써 2024년이네? 아직도 먼 미래처럼 느껴지는데, 벌써 2024년의 1월이라니. 2023년이라는 글자에 이제 막 친해지고 익숙해진 거 같은데 어느새 내 폰은 오늘이 2024년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생각해 보니 매년 그랬다. 2023년에는 그 글자가 너무 어색했지? 이런저런 기억하고 싶은, 또 기록해두고 싶은 일들을 머리에만 잔뜩 쌓아두고 언젠가 글로 적어야지 생각하다 보니 2024년의 하루가 밝고, 지고, 어느새 2024년의 두 번째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저런 결심을 하고, 다짐을 하고. 새 해에는 새 마음을 가져야겠다. 안 좋은 기억들, 아팠던 기억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좋은 기억들은 전리품처럼 챙겨가서 가..
학교에 가는 내 신세가 너무 처량했다. 그날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개봉하자마자 보고 싶었는데, 그날 나는 학교에 가야 했다. 어디선가 스포를 보고 온 친구가 칠판에 자꾸 누가 죽었다고 그림을 그려놓길래 쉬는 시간만 되면 복도로 도망 다녔다. 그땐 그랬다. 얼른 학교 대신 회사에 가서 돈을 벌고 싶었다. 매일 6시에 일어나서, 9시부터 4시까지 수업을 듣고, 왕복 통학 네 시간까지. 그때 나한테 학교는 족쇄였다. 하고 싶은 것에 방해만 되는 족쇄. 한 달 뒤면 수능 시즌, 두 달 뒤면 나는 어느새 스물둘. 영화표 정도는 비싸다고 투덜대지 않고 용산 아이맥스도 쌉가능 마음만 먹으면 평일 오전에도 몇 편이고 볼 수 있는 내가 되었지만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은 지금 엔드게임보다 백 배..
어렸을 때부터 주위를 둘러보면,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야! n학년이면 이런 건 꼭 해야지! n학년 준비하려면 이건 필수야! 내신 준비는 이렇게 챙겨야지! 야 대학교는 무조건 가야지! 그런 이야기를 하던 어른들도 있었고, 선생님들도 있었고, 친구들도 있었다. 근데.. 그런 소리들이 왜 이렇게 싫었을까? 꼭 필수로 해야 한다니.. 그런 게 어디 있어. 가끔 한두 번은 들을 수 있지만, 저런 이야기를 습관적으로 많이 하는 친구들과는 뭔가 친해지기가 어려웠다. 너무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아 물론, 저렇게 이야기하는 친구들은 항상 공부를 잘하던 친구들이었다. 나는 그렇진 못했지만 ㅋㅋㅋㅋ 필수로 해야된다는 거 다 안 하고, 필수로 가야 한다는 대학교도 안 가고, 그렇게 개발자가 되어보니, ..
친구들을 만나 오랜만에 인사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원래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어 얘가 그때 이랬었나? 사람만 그런가? 졸업했던 학교를 가도 여기가 이렇게 작았었나? 그땐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생각해 보니 그렇다. 내가 눈을 떼면 그 사이에 변하는 게 당연한데, 그렇지만 내 머릿속 중학교 때의, 고등학교 때의 그 모습들이 섞이며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속으론 인지부조화가 오곤 한다. 이번주에 자취할 곳을 계약했다. 다음 달이면 우리 집을 떠나겠지? 아, 이제 우리 집이 아니게 되겠다. 이 책상은 여기에 있었는데 이제 없네? 우리 엄마가 원래 저런 모습이었나? 지금은 너무 내 것인 우리 동네도, 맨날 까먹지만 어느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 알고 있는 우리 집도, 매일 보는..
오랜만에 글을 쓴다. 뭔가 거창한 이유는 없고 그냥 쓸 생각이 안 들었다. 장난이다. 사실은 회사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나도 바쁘게 개발하고 있고, 다른 팀원분들도 바쁘게 달리고 있다. 앞으로의 회사의 방향을 결정할 매우 중요한 제품이고, 감사하게도 그 제품의 가장 밑 벽돌을 쌓는 일을 다른 분들과 함께 내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벽돌을 나르고, 쌓고, 만들며 지내다가 그날이 왔다. 중간 점검차 벽돌과 여러 재료들을 모아, 건물이 제대로 지어졌는지, 엉성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날이 온 거다. 내가 만든 부분,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준 부분들이 잘 이어지고 연결되는지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었다. 어차피 망가질 거 알고서 진행하는 거고, 어디가 망가질지를 찾고서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함이니..
철은 뜨겁게 달구고 강하게 여러 번 내리쳐야 강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강성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용된다. 사람도 필요한 만큼 성장하고 강해지는 거 같다. 다른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사는진 모르겠지만 나도 아프고 힘들었을 때 더 강해진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나 스스로를 슈퍼맨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비록 인간의 기대수명에 비하면 꽤 짧은 기간이지만, 지난 만 20년의 내 삶을 돌이켜보면 내가 망가지고 아팠을 때 그 상처들이 아물면서 더 나은 나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무거운 것을 들며 근육을 찢으며 강하고 큰 근육이 되고 생존이 어려운 개체들의 죽음과 도태로 종족의 진화가 일어나고 뜨겁게 달구어 여러 번 내리쳐 강철이 되고 무엇보다 비가 온 뒤에 물이 잔뜩 찼다가 빈 공간 사이에 흙이 차오르면서 땅이 단단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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