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만나 오랜만에 인사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원래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어 얘가 그때 이랬었나? 사람만 그런가? 졸업했던 학교를 가도 여기가 이렇게 작았었나? 그땐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생각해 보니 그렇다. 내가 눈을 떼면 그 사이에 변하는 게 당연한데, 그렇지만 내 머릿속 중학교 때의, 고등학교 때의 그 모습들이 섞이며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속으론 인지부조화가 오곤 한다. 이번주에 자취할 곳을 계약했다. 다음 달이면 우리 집을 떠나겠지? 아, 이제 우리 집이 아니게 되겠다. 이 책상은 여기에 있었는데 이제 없네? 우리 엄마가 원래 저런 모습이었나? 지금은 너무 내 것인 우리 동네도, 맨날 까먹지만 어느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 알고 있는 우리 집도, 매일 보는..
Non Computer Science
오랜만에 글을 쓴다. 뭔가 거창한 이유는 없고 그냥 쓸 생각이 안 들었다. 장난이다. 사실은 회사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나도 바쁘게 개발하고 있고, 다른 팀원분들도 바쁘게 달리고 있다. 앞으로의 회사의 방향을 결정할 매우 중요한 제품이고, 감사하게도 그 제품의 가장 밑 벽돌을 쌓는 일을 다른 분들과 함께 내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벽돌을 나르고, 쌓고, 만들며 지내다가 그날이 왔다. 중간 점검차 벽돌과 여러 재료들을 모아, 건물이 제대로 지어졌는지, 엉성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날이 온 거다. 내가 만든 부분,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준 부분들이 잘 이어지고 연결되는지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었다. 어차피 망가질 거 알고서 진행하는 거고, 어디가 망가질지를 찾고서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함이니..
철은 뜨겁게 달구고 강하게 여러 번 내리쳐야 강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강성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용된다. 사람도 필요한 만큼 성장하고 강해지는 거 같다. 다른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사는진 모르겠지만 나도 아프고 힘들었을 때 더 강해진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나 스스로를 슈퍼맨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비록 인간의 기대수명에 비하면 꽤 짧은 기간이지만, 지난 만 20년의 내 삶을 돌이켜보면 내가 망가지고 아팠을 때 그 상처들이 아물면서 더 나은 나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무거운 것을 들며 근육을 찢으며 강하고 큰 근육이 되고 생존이 어려운 개체들의 죽음과 도태로 종족의 진화가 일어나고 뜨겁게 달구어 여러 번 내리쳐 강철이 되고 무엇보다 비가 온 뒤에 물이 잔뜩 찼다가 빈 공간 사이에 흙이 차오르면서 땅이 단단해지..
사람은 살면서 변한다. 나도 하지 않던 이야기를 하고, 상상도 못했던 생각을 하고, 짓지 않던 밝은 표정을 짓는다. 살아가다 보면 여러 일들을 겪는다. 그래서 변한다. 밖으로도 안으로도. 그렇다면 겉의 변화로도 알 수 있을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내 모습들이 내 이야기를 말 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5년 후의, 10년 후의, 20년 후의 내 모습은 어떤 좋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까? 그때 그 모습으로 더 재밌는 이야기들을 풀고 싶다.
나는 어렸을 때 위인전 읽는걸 참 좋아했다. 그러다 문득 들었던 생각. 어 이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뭔가 특별했네? 나도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난 저렇게 특별하지 않은데? 그렇다면 난 저 사람들 처럼 될 수 없는 건가? 요즘엔 이런 생각이 든다. 나 생각보다 이야기할 거리가 많잖아? 그렇다. 언젠가부터 다른 사람들의 글 형식을 모방하거나 서사를 빌려 올 필요 없이, 내 블로그에서 내 글을 인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뒤돌아보니까, 어느새 나도 내 이야기가 생겼다. 이 공간이 그런 이야기들을 잘 담아두는 어딘가, somewhere라고 생각한다. 21년 7월에 쓴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이 블로그의 이름은 somewhere 에요. … 이 블로그에서는 제 머릿속 somewhere 들을 담..
어느 시점부터 내 블로그의 조회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가 오프라인에서도 가끔 쓱 찾아와서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꽤 많아졌다. 공개적인 공간에 완전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꽤나 솔직하게 적어뒀다고 생각해서, 사실 저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좀 부끄럽다. 헉 그러면 내가 어떤 일들을 지나왔는지 다 봤다는 거잖아! 뭔가 속마음을 다 읽힌 거 같아서 부끄러웠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 후배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 블로그 글 읽다 보면 진짜 사람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듣고서 문득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 블로그가 뭐가 재밌지? 그냥 완전 내 이야기만 있는데?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요런 결론에 도달했는데.. 거짓말하지 않고 온전히 내 것을 잘 정제해서 담아내고, ..
너네는 여기에 왜 있냐? 왜 여기에 오게 됐고, 오늘은 왜 여기에 있냐? 어떤 마음 가짐으로 왔냐? 고등학교 1학년때였나, 사회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해주셨던 말이다. 그래도 나름 들어오기 어려운 학교이고, 대부분은 너네가 원해서 이 학교를 왔을 텐데, 오늘 하루를 의미 없게 흘려보내지는 않는지를 물어보시는 거였다. 그때의 충격이 잊히지 않는다. 그러게. 나도 이 학교에 엄청 들어오고 싶어 했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여기에 왔는데. 오늘 나는 여기에 어떤 마음으로 왔지? 그때 선생님이 한마디 덧붙이셨다. 매일 아침에 내가 왜 이 학교에 왔는지, 뭘 얻어가려고 오늘 학교에 왔는지 항시 상기하면서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안 그러면 진짜 뭐 된다 어렵지만 실천하면 참 좋을 습관이라고 생각했다. 날 여기에..
2023년 3월 6일, 지금 있는 회사에 그렇게 대단하진 않지만 엄청난 공간이 생겼습니다. 바로 카페테리아 (구내식당)입니다. 카페테리아는 ‘모락모락’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왔습니다. 오옷- 첫날에 채끝살 스테이크가 무료로 제공되기도 하고 (저는 못 먹었지만 😇) 사람도 엄청나게 붐비고,당연히 저도 팀원분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담배 피우시는데 커피 사느라 따라갔음 나: 다들 모락모락에 진심이군요 🤔???: 연규님 이거 메뉴 보는 거 봇으로 만들면 진짜 인싸 되실걸요? 그렇습니다. 모락모락의 메뉴를 보려면 앱을 깔아서 직접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어요.솔직히 말하면 앱도 경험이 많이 안좋았어요 아침에 그 말을 듣자마자, 앱 구조를 살짝 봤습니다. 오호 앱 안에 웹뷰가 있고.. 프론트는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