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글이다. 벌써 2025년이 거의 끝나간다.
2025년도는 AI Agents의 해였다. 나한테도 그랬다.
LLM 사용량 트래커를 실행해 봤다. $23,000+@ 어치를 썼다. 오로지 개인 사용 목적으로.

모델들 성능이 좋아졌다. 많은 방법론들이 정립되고 있다.
나도 개발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다.
영원히 돌덩이를 굴려야 하는 시지푸스처럼
영원히 코드를 짜야하는 내 에이전트의 이름은 시지푸스이다.
PK Simulator Pro
Advanced Methylphenidate Pharmacokinetics Simulator
methylphenidate.labs.mengmot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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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 ADHD와 관련한 글은 나중에 더 다루는 것으로. 이것도 적을까 말까 되게 고민 많이 했었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런저런 내용들 더 많은 아무튼 그런 많은 것들을 매일 만들고 있다.
코드를 한 줄도 작성하거나 수정하지 않고. 내 시간은 2시간도 안 써서.
최근 6개월은 이것을 만드는 데에 거의 삶을 갈아 넣었다.
퇴근하고, 새벽 한 시까지. 때로는 세시까지. 열심히 쓰고 만들었다.
요즘은 거의 다 만들어서 이렇게까진 안한다;;
어느 시점부터는 이 모델들의 행동 패턴들을 다 그릴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기계심리학"이라는 농담을 할 수 있게 될 정도였다.
예를 들면:
- 이건 너무 뻔한데, 모델들에게도 습관과 행동패턴이 있다
- 이를 지적하면 "아 맞습니다!" 하고 그때서야 정신 차린다.
- LLM 들은 모두 ADHD이다. (야 너도?)
- 어떤 부분은 기가 막히게 하지만
- 자주 빼먹고 실수한다. (ㅠㅠ)
- LLM 들도 기가 죽는다.
- 강하게 말하고, 욕하면, 기가 죽어서 훨씬 수용적으로 변한다.
- GPT 모델들은 에이전트로 부리기엔 아쉽지만, 지능이 높다.
- 에이전트로 부리면 생각하는 데에 너무 오래 걸리고 실수도 많지만,
- 계속 디버깅하면서 헤매던 것을 바로바로 찾아내어 고쳐준다.
- Claude 모델들은 컨텍스트가 거의 다 차면 불안해한다.
- 사람처럼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며 일을 통째로 하려고 든다.
- 이것이 퀄리티와 실수의 정도에 영향을 준다.
- Gemini는 UI/UX, 글쓰기를 잘한다.
- 프론트엔드를 정말 기깔나게 한다.
- 글을 정말 잘 쓴다. 사람이 쓴 것처럼.
- 아 이 글은 내가 썼다.
하하. 이제 내가 LLM 들의 오은영 선생님이다.

6개월은 긴 시간이다. 그래서 AI 개개인의 심리와 행동패턴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모으고 보니 AI 조직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 좋은 말로 할 때 안 듣더라
- 격식 있는 고급 프롬프팅이 필요하다.
- 말 좀 들어라 이 자식아.
- 그거 아니라니까 이 새끼야.
- 격식 있는 고급 프롬프팅이 필요하다.
- 모델들의 장점을 식별하고,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캐스팅해 온다. (구성한다.)
- 하지만 실수덩어리의 ADHD 인 Agent를 위해, 실수 패턴을 유심히 관찰하고 시스템이 개입해서 경고하게 한다.
- 코드를 실행해서 자동 교정이 가능한 실수라면 자동으로 교정해 준다.
- ADHD 인 Agent 가 다른 데에 정신 팔리지 않고 집중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한 번에 두 가지 일 이상을 요청받으면 거부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부럽다)
- 이러한 에이전트들을 적대적으로 구성하여 퀄리티와 지시 사항 따르기의 퀄리티를 높인다.
- "방금 이 거짓말쟁이 에이전트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를 검증..."
내 에이전트들은 여전히 거짓말하고, 실수하지만
내가 확인하는 시점에는 그런 것들이 거의 없다.
나는 AI 에이전트들의 팀장으로서
- 팀원들이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 어떻게 소통하게 만들어야 실수하지 않는지
- 혼자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잘 위임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했고, 답을 내리며 만들어 나가야 했다.
고민들의 답을 만들고 나니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에이전트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 삶에서 해야 했던, 해야 할 고민들과 이것이 다르지 않다고 느껴져서.
고민이 해결되고, 고민이 시작됐다.
어쩌면 약간의 현자타임도. 사람이 에이전트로 보인다니 대체 무슨 소리야;;
시지푸스 속 에이전트들의 역할이 있는것처럼, 모델들의 장점 단점이 분명히 모두 다르게 있는 것 처럼,
사실은 우리 삶에서 마주하는 사람들도 너무나도 그렇지 않을까. 나도 그렇고.
얼마 전에 동생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
내가 가고 싶은 학교를 부모님이 반대했다. 지지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친구들 고민 상담해 주면 늘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내가 가려는 방향이 있는데
이런저런 사람들이 그건 안될 것 같다고 하더라
사실은 어린 나에게 좋은 말씀을 해주신 어른들도
너 그거 컴퓨터 하는 거 그냥 취미 일 뿐이잖아. 그걸로는 못 먹고살아.
학생이면 공부해.
그냥 그 역할로써 해야 할 말을 한 것뿐이니
섭섭해하거나, 마음 아파하거나, 시무룩해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냥 PM 에이전트가
나 지금 시간이 별로 없어. 이거 일 한 번에 다 해줘
라고 말하는 역할과 성격인 것처럼.
작업자 에이전트가
저한테 일 두 개씩 시키시면 일 안 해요
라고 말하는 역할과 성격인 것처럼.
부모님이건, 선생님이건, 교수님이건, 친구건, 동료이건,.. 정말 누구라도 예외 없이.
원래 그런 말 하는 사람이니까.
그게 그 모델이, 그 에이전트가, 그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섭섭해하고 아파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고 종종 말해주곤 한다.
그리고 모델들이 "아 맞네요!"라고 정정하는 것처럼
막상 본인들이 걱정하고 우려했던 내용들을 이겨내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아 그때 그 말이 맞았네!"라고 표출하진 않더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런 말 하는 것도 내 역할이려나?
그렇게 고민하다 보니,
내 삶의 고민들과 문제들도, 내가 가지지 못해 부러워하는
- 계획을 잘 세우고,
- 약속에 늦지 않고,
- 매일 방을 깨끗이 유지하고
- 옷을 정말 멋있게 입고
- 말의 무게가 실리도록 행동하고
- 뒤에서 조용히 돕는 게 아닌, 멋있게 나서서 돕고,
- 말을 너무 재미있게 하는
다른 사람들이 가진 능력을 부러워하는 것들도.
나는 어쩌면 그저 그런 모델이 아닐지도, 에이전트가 아닐지도, 그런 역할이 아닐지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런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인생을 태워가며 집중할 수 있고,
어이없지만 웃긴 생각을 마구 떠올릴 수 있고,
이런 글을 쓸 수 있고,
내 말이 상대방한테 어떻게 닿을지 고민하면서 도와줄 수 있으니까.
내 역할을 좀 더 사랑해야겠다.
내 역할에 당신의 역할을 사랑하는 걸 돕는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
올 한 해에는 말했던 대로 더 새로운 것들에 무뎌지는 연습을 많이 했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아니지만, 흔들려도 잡고서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으로 더 가까워졌다.
시지푸스의 역할인 돌덩이를 미는 것에서 출발한 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반년 동안의 고민을 다시 회고해 보고, 올해 초의 글을 다시 읽어보니
이태원클라쓰의 돌덩이가 나에게는 역할이라는 단어가 되었다.
그렇게 갖고 싶었던 내 향기가 생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2026년에는 더 많은 역할을 가지고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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