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이폰을 샀다. 15 프로 티타늄 화이트다.
512기가에다가 애플케어까지 같이 사서 2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덕분에 일주일간 너무 행복했다.
애플케어도 있겠다, 생폰으로 쓰기로 했다.
촉감도 너무 좋고. 일단 그냥 예쁘잖아..!
그런데 스크롤하다가 우연히 손가락에 걸리는 느낌을 받아서, 자세히 보니 화면에 흠집이 나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생길줄이야.
신경 쓰였다.
필름에 난 흠집이면 갈면 되는데, 이건 휴대폰에 생긴 흠집이니까. 🤔
조금 뜬금 없긴한데, 난 참 생각이 많다. 맞다. MBTI N이다.
생각만 하면 소리 지르면서 이불을 발로 막 차고 싶은 흑역사도,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한번 더 보고 싶은
그런 좋은 기억들도 떠올려보곤 한다.
어떤 기억들은 지우고픈 상처이고
어떤 기억들은 너무 예쁜 기억이지만
다시 돌아갈 수는 없어 결국 아쉬움이 남는. 그런 기억들.
문득 무서워졌다.
보호필름 안 붙인 스마트폰의 흠집은 그냥 바꾸면 되지만
내 인생의 흔적들은 그렇지 못하니까. 다시 태어 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ㅋㅋㅋㅋ
계속 이렇게 기억의 파편들이 나타나서 날 괴롭히거나 방해하려나?
우연히 참 오래 쓴 블루투스 스피커를 보았다.
흠집도 많고 파인 부분도 많네. 근데 열심히 노래만 듣느라 몰랐어.
사실 별 큰 문제도 아니었던 거 아닐까?
생각해 보니 흠집난 내 맥북에 귀여운 스티커를 덮기도 했었고.
굳이 폰에 기스 조금 난 거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
지나간 기억들의 파편에 찔릴까 겁먹지 않아도 되겠다.
정말 기억의 파편들을 지울 수 있다고 해도, 지우기는 아깝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보며
나만의 파편들을 잘 가공하면, 그저 찔려서 아픈 조각이 아니라
내 특별한 향기를 위해 빛나는 재료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근데 이 글 쓴다고 자세히 봤더니 흠집이 한 개가 난 게 아니라 여러 개였다. 일단 폰은 소중히 쓰는것으로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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