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 시리즈 중 일부입니다.
글을 읽기 전
이 글에는 암호화폐라는 용어와 크립토(Crypto, Crypto Currency) 라는 용어가 혼재되어있고, ‘루나코인' 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보다는 ‘테라 생태계' 라는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테라 생태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진 않지만, 글의 전개를 위해 테라가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이야기 하고 있어요. 테라와 루나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도 글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테라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저에 대한 글이고, 테라에 관한 일을 겪으며 제가 어떤 생각을 하게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입동
입동
(立冬, 문화어: 립동)은 24절기의 19번째로 태양 황경이 225도가 될 때이다. 겨울이 시작하는 날이다.
위키백과
올해 2월까지 저는 어프로치라는 회사에서 포켓레슨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6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참 많은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었고, 좋은 분들과 함께 일 할 수 있는 좋은 곳이었어요. 아쉬운점이 없는것은 아니었고, 당시에도 나름의 고민들을 하고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아주 좋은 팀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 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유로 팀은 해산되었고, 제 첫 회사이자 팀은 각자 흩어지게 되었어요. 저는 다시 구직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팀이 해산되며 구직시장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여러 옵션들이 있긴 했어요. 그러나 꽤 오랜시간동안 마음에 담아두던 회사가 있었고, 그 회사에 지원하기 위해서 그 옵션들은 버렸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제가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글의 주제가 이게 아닌만큼 자세히 적진 않겠지만 정말 좋아했던 회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뀔만큼 실망적인 면접이었어요. 면접관들의 태도나, 기술적으로 잘못된 질문을 받으면서 1시간이 조금 넘었던 면접시간은 정말 불편했습니다.
괜히 떨어져서 그러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실수도 있는데, 뭐 그렇게 생각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꽤 많이 실망했고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1년 반정도 만났던 사람과 이별도 겪었습니다.
다행히 저를 좋게봐주신 회사들이 없는건 아니어서, 고민하다가 크립토 씬으로 들어가보기로 결정했어요.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웹3, 블록체인, 그리고 디파이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그런것들을 다룰 수 있는 회사로 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저는 테라 생태계에 참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공감하고 있었어요. 실제로도 앵커에 저한테는 꽤 큰돈을 넣고 있기도 했습니다. 네, 글을 작성하며 돌이켜보니 테라 생태계가 지금의 회사로 저를 이끈데에 꽤 큰 이유였던거 같네요.
테라는 은행이 되고 싶었고(Anchor), 투자의 공간이 되고 싶었고(Mirror), 결제망이 되고 싶었습니다(차이.. 였죠). 그래서 분산화된, 변동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한 암호화폐를 만들려고 했었고요. 오래된 레거시위에서 돌아가는 주식 시장에 대한 좋은 해답이라고 생각했고(Mirror), 결제 수수료를 줄이고 결제망이 되어 블록체인의 실 사용례를 제시 하겠다는 목표에 공감했어요.
알고리즘으로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앵커 프로토콜이 어떻게 연 20% 라는 큰 이자율을 줄 수 있었고, 왜 그렇게 지급했는지에 대해 이해하며 너무 재밌었어요. 미러 프로토콜이 어떻게 주가를 추종하며 투자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가는 그 과정은, 백서를 읽으며 이해하는 스스로를 보며 너무 행복했던 기억도 나네요.
테라는 크립토에 관심 없는 일반 사람들과 가장 가까워 지던 플랫폼이었습니다. 풀대출 받아서 넣기만 해도 이득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대중과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실용적인 사용례가 적다는 점에서 비관론적이었고, 실용성을 제일 추구하는 제 생각과 가장 잘맞기도 했고요.
그 기억이 지금의 회사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입사한지 3일째 되던날 블록체인 관련 소개글 온보딩 문서를 작성하던 기억이 남네요. 지금 봐도 입문자 입장에선 잘 정리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krustuniverse.notion.site/Are-you-a-crypto-newbie-8116636f212e484580752796f6e67b8c
대설
대설
(大雪)은 24절기의 21번째로, 태양 황경이 255도가 되는 때를 말한다. 이 무렵 많은 눈이 내린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위키백과
웹3 생태계와 디파이 생태계의 일원이 된것은 너무나도 기쁜 일이었고, 돈에 관심이 많았던 저에게 디파이는 그저 플랫폼이 다른 금융업계였습니다.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었어요. 돈을 많이 줘서가 아니라(많이 안줬음), 돈이랑 가까이에서 일한다는게 재밌었어요.
그러나 회사를 결정하며 마음에 걸렸던 부분들은 꽤 신경쓰이고 있었습니다. 팀과 회사의 방향성에 관한 부분, 제 개인의 성장에 관한 부분, 병역특례에 관한 부분들이 그것이에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켰고, 저의 성장에 관한 고민들은 병역특례 문제와 함께 제 머릿속에 남아 저를 계속 괴롭혔어요.
나는 영원히 웹3 와 관련한 일을 할 것인가?
아니다.
이 회사에 있으며 / 이 업계에 있으며 병역특례를 받기가 어려운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곳에 계속 남아있으며 더 많이 성장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이전 회사에서 배운 여러가지들을 도입하고 기여하는 경험은 뿌듯했지만, 아직 저는 더 많이 배우고 싶었기에 초기팀에 속하면서 그 부분에 대한 결핍은 계속 커져나가는 중이었어요.
제가 조금 더 회사 분들과 많은 교류를 했다면 이 고민이 사그라 들었을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런 고민들 속에서도 저는 돈과 가까이 있다는 점이 너무 행복했어요.
그런 고민들 속에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
.
.
보유중인 UST 꼭 붙들어 쥐세요
— mengmota (@yeon_gyu_kim) May 11, 2022
외부에서 흔들어대도 동요하지마시고
불안하면 공부해서 믿음을 얻으시고
그럴 시간이 없다면 눈 감고 귀막아 홀딩하시길
훗날 여러분들의 재산과 가족을 지키는
또 하나의 버팀목이 되어줄것입니다#TERRA #LUNA #UST
- 0.7달러까지 디페깅 됐을때 장난삼아 올린 글 (랄투브 보고)
4/ 지금헐값에 팔리는 $UST 부도채가 없어지고 난 뒤, 그러니까 모든것들이 초기화 된 뒤에 결국 살아난다면 그때 매력적이었던 이 프로토콜이 다시 빛을 볼거라 믿습니다.
— mengmota (@yeon_gyu_kim) May 12, 2022
그렇지 않아도 그냥 좋은 경험 했다 치죠 뭐..
YES
— Is UST in a DEATH SPIRAL today? (@UstDeathSpiral) May 12, 2022
솔직히 진짜 테라가 죽을 줄 몰랐습니다. 테라 생태계는 규모가 매우 컸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많은 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다리면 생태계가 리셋되고, 그리고 나서는 테라가 제 기능을 할거라고 믿었어요.
3.5
— Birchnut_Kang (@Birchnut_Kang) May 14, 2022
크립토 판 크다, 크다 해도 아직 전 세계 인구 중 참여율은 1%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개설된 지갑 기준). 루나 입장에선 기존 씬의 점유율뿐 아니라 새로운 인구 유입으로 충분히 임계점 이상의 몸집을 불려야만 알고리즘의 안정성이 증가한다고 예상했을 수 있다.
크립토 판은 생각보다 엄청 작았고, 악의를 가진 자본에 공격을 받기에는 너무나도 취약했어요. 크립토 시장에서 시가 총액 10위 안에 들던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 중 3위를 달렸던 UST는 그렇게 죽었습니다.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블록체인 시장은 기존 씬에 비해 체감한것보다 허무하게 작았어요.
이제는 놓아줍니다 안녕 https://t.co/Qvbhm0vU6n
— mengmota (@yeon_gyu_kim) May 13, 2022
최종적으로 손절을 했습니다. 중간에 갖고있던 다른 암호화폐도 UST 로 바꿔 앵커로 넣었기 때문에 정확한 손실액은 모르겠지만, 대충 500 만원 정도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테라 생태계가 UST 를 진짜 달러쯤으로 브랜딩했기에 대출까지 받아서 돈을 넣는 사람들도 있었고, Life Saving 을 날렸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사실 저는 열심히 일해서 다시 벌면 되고 진짜 큰 손실을 본 분들에 비해서는 작다고 생각해요.
제가 돈을 잃었다는 사실도 슬펐지만 이 생태계를 믿고 돈을 넣었던 사람들과 끝까지 믿고서 버텼던 사람들, 커뮤니티가 공격에 의해 무너지는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실망했고, 상처 받았습니다.
이번 사태 이후 몇일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한것 같네요. 금전적 손실보다 이러한 상황이 crypto market의 stress test가 아니라 폰지사기로 기억될 것이라는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뭐 역사는 폰지사기로 기억하겠죠. 다만, 조단위 공격에 살아남을 자산들이 얼마나 될 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 Hyojin Cho 🔺️(⚛,⚛)🔺️ (@Maxi_cho) May 14, 2022
폰지 사기
코인충
코인을 왜하냐고 ㅋㅋ
식의 조롱들이 많은데,,, 무언가에 잘못투자했다고 조롱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부동산이나 주식에서 돈 잃었다고 놀리진 않잖아요. 더군다나 루나와 테라 생태계에 투자한 사람들은 어느정도 블록체인에 대해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기에 생각하는 것처럼 한탕 해먹으려는 사람들이 주축을 이룬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테라 이야기가 길었네요. 테라 사태가 터지고 나서도 꽤 긴 시간동안 고민을 했어요.
나는 블록체인과 Web3 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내가 속한 이 회사에서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자세한 내용을 적진 않겠습니다. 그치만 많은 고민 끝에 지금 회사는 퇴사하는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엔지니어로써 조금 더 큰 성장을 기대 할 수 있고, 지금의 고민들을 완화할 수 있을거라 생각되는곳으로 가기로 했어요.
놀랍게도 이 글의 대설 파트는 단 일주일간 일어난 내용들을 적었습니다. 전쟁같은 한 주 였습니다. 루나가 망했다는 확신이 들었던 5월 12일 목요일은 그 다음날인 13일에 있을 모교 특강이 있던 날임에도 불구하고 제 자산들을 비상 탈출 시키기 위해 밤을 샜어요. 밤을 샌 상태에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이건 엄청 좋은 경험이었어요! 혹시나 읽고 있을 후배분들 그 날 반응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위로가 됐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글을 마치며, 스스로에게 토닥이며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지금이 긴 겨울속 가장 눈이 많이 내린다는 대설이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저를 가꾸고, 성장하다보면 이 대설이 지나 봄이오고 꽃이 폈을 때는, 코로나로 인해 막혀있던 것들이 풀리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는 오늘날의 봄처럼 저에게도 아름다운 날들이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인생은 원래 그런거니까요. 도전하고 쟁취하면 되죠.
어려운 시기에 다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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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 시리즈 중 일부입니다.
글을 읽기 전
이 글에는 암호화폐라는 용어와 크립토(Crypto, Crypto Currency) 라는 용어가 혼재되어있고, ‘루나코인' 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보다는 ‘테라 생태계' 라는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테라 생태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진 않지만, 글의 전개를 위해 테라가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이야기 하고 있어요. 테라와 루나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도 글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테라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저에 대한 글이고, 테라에 관한 일을 겪으며 제가 어떤 생각을 하게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입동
입동
(立冬, 문화어: 립동)은 24절기의 19번째로 태양 황경이 225도가 될 때이다. 겨울이 시작하는 날이다.
위키백과
올해 2월까지 저는 어프로치라는 회사에서 포켓레슨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6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참 많은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었고, 좋은 분들과 함께 일 할 수 있는 좋은 곳이었어요. 아쉬운점이 없는것은 아니었고, 당시에도 나름의 고민들을 하고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아주 좋은 팀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 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유로 팀은 해산되었고, 제 첫 회사이자 팀은 각자 흩어지게 되었어요. 저는 다시 구직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팀이 해산되며 구직시장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여러 옵션들이 있긴 했어요. 그러나 꽤 오랜시간동안 마음에 담아두던 회사가 있었고, 그 회사에 지원하기 위해서 그 옵션들은 버렸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제가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글의 주제가 이게 아닌만큼 자세히 적진 않겠지만 정말 좋아했던 회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뀔만큼 실망적인 면접이었어요. 면접관들의 태도나, 기술적으로 잘못된 질문을 받으면서 1시간이 조금 넘었던 면접시간은 정말 불편했습니다.
괜히 떨어져서 그러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실수도 있는데, 뭐 그렇게 생각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꽤 많이 실망했고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1년 반정도 만났던 사람과 이별도 겪었습니다.
다행히 저를 좋게봐주신 회사들이 없는건 아니어서, 고민하다가 크립토 씬으로 들어가보기로 결정했어요.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웹3, 블록체인, 그리고 디파이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그런것들을 다룰 수 있는 회사로 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저는 테라 생태계에 참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공감하고 있었어요. 실제로도 앵커에 저한테는 꽤 큰돈을 넣고 있기도 했습니다. 네, 글을 작성하며 돌이켜보니 테라 생태계가 지금의 회사로 저를 이끈데에 꽤 큰 이유였던거 같네요.
테라는 은행이 되고 싶었고(Anchor), 투자의 공간이 되고 싶었고(Mirror), 결제망이 되고 싶었습니다(차이.. 였죠). 그래서 분산화된, 변동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한 암호화폐를 만들려고 했었고요. 오래된 레거시위에서 돌아가는 주식 시장에 대한 좋은 해답이라고 생각했고(Mirror), 결제 수수료를 줄이고 결제망이 되어 블록체인의 실 사용례를 제시 하겠다는 목표에 공감했어요.
알고리즘으로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앵커 프로토콜이 어떻게 연 20% 라는 큰 이자율을 줄 수 있었고, 왜 그렇게 지급했는지에 대해 이해하며 너무 재밌었어요. 미러 프로토콜이 어떻게 주가를 추종하며 투자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가는 그 과정은, 백서를 읽으며 이해하는 스스로를 보며 너무 행복했던 기억도 나네요.
테라는 크립토에 관심 없는 일반 사람들과 가장 가까워 지던 플랫폼이었습니다. 풀대출 받아서 넣기만 해도 이득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대중과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실용적인 사용례가 적다는 점에서 비관론적이었고, 실용성을 제일 추구하는 제 생각과 가장 잘맞기도 했고요.
그 기억이 지금의 회사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입사한지 3일째 되던날 블록체인 관련 소개글 온보딩 문서를 작성하던 기억이 남네요. 지금 봐도 입문자 입장에선 잘 정리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krustuniverse.notion.site/Are-you-a-crypto-newbie-8116636f212e484580752796f6e67b8c
대설
대설
(大雪)은 24절기의 21번째로, 태양 황경이 255도가 되는 때를 말한다. 이 무렵 많은 눈이 내린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위키백과
웹3 생태계와 디파이 생태계의 일원이 된것은 너무나도 기쁜 일이었고, 돈에 관심이 많았던 저에게 디파이는 그저 플랫폼이 다른 금융업계였습니다.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었어요. 돈을 많이 줘서가 아니라(많이 안줬음), 돈이랑 가까이에서 일한다는게 재밌었어요.
그러나 회사를 결정하며 마음에 걸렸던 부분들은 꽤 신경쓰이고 있었습니다. 팀과 회사의 방향성에 관한 부분, 제 개인의 성장에 관한 부분, 병역특례에 관한 부분들이 그것이에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켰고, 저의 성장에 관한 고민들은 병역특례 문제와 함께 제 머릿속에 남아 저를 계속 괴롭혔어요.
나는 영원히 웹3 와 관련한 일을 할 것인가?
아니다.
이 회사에 있으며 / 이 업계에 있으며 병역특례를 받기가 어려운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곳에 계속 남아있으며 더 많이 성장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이전 회사에서 배운 여러가지들을 도입하고 기여하는 경험은 뿌듯했지만, 아직 저는 더 많이 배우고 싶었기에 초기팀에 속하면서 그 부분에 대한 결핍은 계속 커져나가는 중이었어요.
제가 조금 더 회사 분들과 많은 교류를 했다면 이 고민이 사그라 들었을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런 고민들 속에서도 저는 돈과 가까이 있다는 점이 너무 행복했어요.
그런 고민들 속에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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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중인 UST 꼭 붙들어 쥐세요
— mengmota (@yeon_gyu_kim) May 11, 2022
외부에서 흔들어대도 동요하지마시고
불안하면 공부해서 믿음을 얻으시고
그럴 시간이 없다면 눈 감고 귀막아 홀딩하시길
훗날 여러분들의 재산과 가족을 지키는
또 하나의 버팀목이 되어줄것입니다#TERRA #LUNA #UST
- 0.7달러까지 디페깅 됐을때 장난삼아 올린 글 (랄투브 보고)
4/ 지금헐값에 팔리는 $UST 부도채가 없어지고 난 뒤, 그러니까 모든것들이 초기화 된 뒤에 결국 살아난다면 그때 매력적이었던 이 프로토콜이 다시 빛을 볼거라 믿습니다.
— mengmota (@yeon_gyu_kim) May 12, 2022
그렇지 않아도 그냥 좋은 경험 했다 치죠 뭐..
YES
— Is UST in a DEATH SPIRAL today? (@UstDeathSpiral) May 12, 2022
솔직히 진짜 테라가 죽을 줄 몰랐습니다. 테라 생태계는 규모가 매우 컸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많은 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다리면 생태계가 리셋되고, 그리고 나서는 테라가 제 기능을 할거라고 믿었어요.
3.5
— Birchnut_Kang (@Birchnut_Kang) May 14, 2022
크립토 판 크다, 크다 해도 아직 전 세계 인구 중 참여율은 1%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개설된 지갑 기준). 루나 입장에선 기존 씬의 점유율뿐 아니라 새로운 인구 유입으로 충분히 임계점 이상의 몸집을 불려야만 알고리즘의 안정성이 증가한다고 예상했을 수 있다.
크립토 판은 생각보다 엄청 작았고, 악의를 가진 자본에 공격을 받기에는 너무나도 취약했어요. 크립토 시장에서 시가 총액 10위 안에 들던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 중 3위를 달렸던 UST는 그렇게 죽었습니다.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블록체인 시장은 기존 씬에 비해 체감한것보다 허무하게 작았어요.
이제는 놓아줍니다 안녕 https://t.co/Qvbhm0vU6n
— mengmota (@yeon_gyu_kim) May 13, 2022
최종적으로 손절을 했습니다. 중간에 갖고있던 다른 암호화폐도 UST 로 바꿔 앵커로 넣었기 때문에 정확한 손실액은 모르겠지만, 대충 500 만원 정도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테라 생태계가 UST 를 진짜 달러쯤으로 브랜딩했기에 대출까지 받아서 돈을 넣는 사람들도 있었고, Life Saving 을 날렸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사실 저는 열심히 일해서 다시 벌면 되고 진짜 큰 손실을 본 분들에 비해서는 작다고 생각해요.
제가 돈을 잃었다는 사실도 슬펐지만 이 생태계를 믿고 돈을 넣었던 사람들과 끝까지 믿고서 버텼던 사람들, 커뮤니티가 공격에 의해 무너지는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실망했고, 상처 받았습니다.
이번 사태 이후 몇일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한것 같네요. 금전적 손실보다 이러한 상황이 crypto market의 stress test가 아니라 폰지사기로 기억될 것이라는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뭐 역사는 폰지사기로 기억하겠죠. 다만, 조단위 공격에 살아남을 자산들이 얼마나 될 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 Hyojin Cho 🔺️(⚛,⚛)🔺️ (@Maxi_cho) May 14, 2022
폰지 사기
코인충
코인을 왜하냐고 ㅋㅋ
식의 조롱들이 많은데,,, 무언가에 잘못투자했다고 조롱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부동산이나 주식에서 돈 잃었다고 놀리진 않잖아요. 더군다나 루나와 테라 생태계에 투자한 사람들은 어느정도 블록체인에 대해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기에 생각하는 것처럼 한탕 해먹으려는 사람들이 주축을 이룬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테라 이야기가 길었네요. 테라 사태가 터지고 나서도 꽤 긴 시간동안 고민을 했어요.
나는 블록체인과 Web3 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내가 속한 이 회사에서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자세한 내용을 적진 않겠습니다. 그치만 많은 고민 끝에 지금 회사는 퇴사하는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엔지니어로써 조금 더 큰 성장을 기대 할 수 있고, 지금의 고민들을 완화할 수 있을거라 생각되는곳으로 가기로 했어요.
놀랍게도 이 글의 대설 파트는 단 일주일간 일어난 내용들을 적었습니다. 전쟁같은 한 주 였습니다. 루나가 망했다는 확신이 들었던 5월 12일 목요일은 그 다음날인 13일에 있을 모교 특강이 있던 날임에도 불구하고 제 자산들을 비상 탈출 시키기 위해 밤을 샜어요. 밤을 샌 상태에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이건 엄청 좋은 경험이었어요! 혹시나 읽고 있을 후배분들 그 날 반응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위로가 됐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글을 마치며, 스스로에게 토닥이며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지금이 긴 겨울속 가장 눈이 많이 내린다는 대설이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저를 가꾸고, 성장하다보면 이 대설이 지나 봄이오고 꽃이 폈을 때는, 코로나로 인해 막혀있던 것들이 풀리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는 오늘날의 봄처럼 저에게도 아름다운 날들이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인생은 원래 그런거니까요. 도전하고 쟁취하면 되죠.
어려운 시기에 다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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