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3이다. 나는 달라진것이 없는데,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려 하더라.
이맘때 쯤이면 한번쯤 느끼는 새로운 반의 풋풋함과 어색함은 이제 찾아 볼 수 없을것이다.
공부를 조금 못하더라도, '아 나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까...' 핑계도
이제는 전혀 소용이 없는 나이가 되었다.
물론 나는 대학교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하여서 크게 해당이 되진 않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 누구나 중학교 때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는가.
나는 취업을 생각하고 있다.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마치 이태원클라스의 박새로이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내 소신대로 행동하며 살기 위해,
나를 무시하고, 나에게 무례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돈이라고 생각했다.
또 기댈곳도 마땅치가 않은것도 큰 이유다.
나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해서 기댈수가 없고, 종교같은것도 없으니
내가 절대적으로 기댈 수 있는것은 돈 밖에 없다.
최근 아는 형을 통해서 한 스타트업을 소개 받았고, 미팅 이후에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기위해서 신촌의 한 고깃집으로 향하던 참이었다.
그곳은 대학로였다. 연세대학교를 실제로 처음 본 나에게 그 크기와 규모는 내가 생각했던것 이상이어서 신기했다.
그러나 나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것은 고기집으로 가던 그 길목이었다.
연세대학교 과잠을 입고 걸어가는 저 커플,
악기를 매고 걸어가는 한 대학생,
여럿이서 웃고 떠들고 있는 고깃집의 한 무리
그들은 모두 진심으로 행복해보였다.
그리고, 아마 실제로도 그랬겠지.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비슷한 나이대에 있어서 상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20대 초의 대학생에게 좋은 학벌이라는 타이틀은 안정감과 행복감을 가져다주기에 충분 할 것이다.
공부에 치이는 그들이겠지만, 적어도, 쉬면서 즐기고 있는 그들의 그 순간은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멋있어 보였고, 기가 죽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곧 다른 생각으로 이어졌다.
나에게는 한살 어린 여자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여느 고등학생과 다름 없이 좋은 대학교를 가고 싶어하고, 실제로 공부도 꽤 잘하는 편이어서 아마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문득 들었던 생각.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 많은데, 혹시 나 버려지진 않을까
뭐, 세상이 생각보다 아름다운곳은 아니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여자친구를 못믿어서는 아니고, 그냥 내가 인식하는 세상이 그래왔고, 사람을 잘 믿지 못해서이다.
나만의 소신과 이유를 갖고 다른사람들이 흔히 가는 길 대신 나의 길을 택한것을 그동안 후회 해 본다고 생각 해 본적은 없었다.
내 성격이 후회와는 멀기도 하고.
그런데,
내가 하지 않은,
다른 선택의 가장 좋은 예를 봐서일까?
그들은 진심으로 행복해보였고, 질투가 날 정도였다. 애석하게도 그들의 그런 모습은 나를 기죽게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버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듯한 그런 멋있는 사람 투성이었다.
그래서 생각이 많아졌었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갔던 친구도, 나와 같은 선택을 한 친구이다.
그 친구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아쉽지 않아?' 그리고 돌아온 대답. "당연히 아쉽지."
그리고 조금 뒤에 말을 덧붙이며
"대신 우리는 그 사람들보다 더 잘되면 되는거 아니야?"
그 순간 우습게도, 많은 래퍼들의 많은 래퍼들의 이름이 내 머리를 스쳤다. 창모, 도끼, 슈퍼비.
후회까지 가진 않았지만, 꽤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창모가 대학교를 안가려고 안간것은 아니지만.
창모는 돈을 많이 벌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하던 여자를 그 과정에서 잃은것 같다.
그의 많은곡, 대표적으로 Interlude 같은 곡에서 그런 모습이 보인다.
주변에서 고졸 임에도,
다른 사람들이 대학교 다니며 공부할 나이에 그들이 부러워 할 만한 연봉을 받으며 일 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도 한다.
나도 결국 노력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빨리 얻어 낼 수 있는것들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남의 떡이 더 커보이기 때문일까, 여유롭고 행복하게 즐기는 그들을 보며 조금은 부럽고, 불안했다.
창모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지만, 나는 잃는것 없이 끝까지 올라갈것이다.
내가 맞았다는걸 증명할것이다.
죽어라 노력해서 다른 사람들이 날 질투할만큼 쭉 올라갈것이다.
23년 4월 17일 추가:
결국 저는 창모처럼 되었는데요. 그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 시리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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