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는 힘들었던 이야기, 컴퓨터를 접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꿈을 갖게 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너 그렇게 하다간 원하는 고등학교 못 갈 거라고 자만하지 말라고 지나가며 툭 던지셨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날 밤, 혼자 생각을 하다가 깨닫게 되었습니다.
'공부도 안 하고, 놀기만 하고, 주변에서 컴퓨터 잘한다고 하지만 진짜 그런가? 노력도 안 하는데? 난 거짓말쟁이였나보다'
많은 시간을 낭비했고, 이대로 가다간 정말 큰일 날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개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웹과 앱 프로젝트 몇 가지를 기획하고, 결국 그해에 계획했던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제가 입학하고자 했던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열정을 갖고 무언가에 몰입했던 경험이어서, 자소서를 쓸 때면 매번 쓰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고, 제 성격은 많이 밝아졌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성과를 얻어내어서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고, 다시 밝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기댈만한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스스로가 좀 멋있게 느껴지니까 기댈 일도 없었습니다.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귀고, 중3 때 만큼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컴퓨터 공부를 했습니다.
인생의 가치관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인간관계, 양심, 착하게 행동하고 배려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절대적인 가치였던, 말하자면 기대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가치가 사라졌습니다.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그런것들을 지키지 않아도, 행복감을 얻을수 있었습니다.
전보다 더 행복하긴 했지만, 인생에서 지켜야 할 절대적인 가치가 무너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그것쯤이야. 일단 행복한 게 최고니까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는 더 멋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 일인 것 같아요.
운이 좋아서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장학금도 받으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처음으로 팀원들과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단체로 진행했고, 팀장으로 나서며 프로젝트를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타이틀이 생긴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이지만 바뀌었거든요.
선배로서 후배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잘 따라주는 후배들도 생겼습니다.
덕분에 자존감이 더 올랐고, 이제는 좋아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영원한 행복은 없다고 했던가요.
며칠 전 부모님께서 "이제 너도 내년이면 어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웃으며 "그렇네요."라고 대답했는데, "아직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라고 답하셨습니다.
아마 이제 어른이 되어 세상에 진짜 나를 증명해야 하는, 그래야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라는것을 말씀하고 싶으셨던것 같습니다.
그날 밤, 중학교 3학년때 처럼 저는 또 생각에 빠졌습니다.
주변에 회사를 다니거나, 많은 돈을 받으며 일을 하거나, 회사를 차리고 투자를 받는 친구까지 대단한 친구들이 참 많습니다.
고등학교 2년동안 전 뭘 하며 지낸걸까요?
또 피곤하다는 핑계로 하루를, 이틀을, 일주일을, 한달을, 1년을, 그렇게 2년을 보내버린것 같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는 정말 열심히 살려고 했고, 그것만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정도 성과를 낸 뒤에는 다시 게으른 저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지금, 2년을 뒤돌아 보았을 때 내세울 성과가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1년 노력하고, 그 기억과 성과로 2년을 편하게 지낸것처럼 느껴집니다.
참, 2년이라는 시간이 여러 의미를 가지네요.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며 당연하게 여겼던 인생의 가치들이 무너진것 같았다고 말씀드렸고, 더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할지, 이런거 고민할 시간이 있긴한지, 나는 왜 다시 괴로워질것같은지.
그래서 중학교 3학년때 처럼 가까운 목표를 세웠습니다.
알고리즘, 자료구조같은 컴퓨터과학의 기본적인 부분을 다시한번 훑어서 코딩테스트를 준비하고,
들어가고 싶은 회사의 기술 스택에 맞게 소셜 네트워크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아쉽게도 결론을 맺고싶지만, 만 18년을 살아온 제 인생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라 이 글은 열린 결말로 남게 되겠습니다.
읽을분이 계실진 모르겠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년 4월 17일 추가:
결국 10대의 결말을 잘 냈다가 겨울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나의 이야기 시리즈를 순서대로 겨울을 보내며 까지 읽어주시면 이 이야기의 결말까지 알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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