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19살(만 18살), 고3이 되었습니다.
신정도 구정도 꽤 지났는데, 1월 1일에는 아직 2020년 같았고, 구정에는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회고록을 적고, 신년 다짐을 하고 있을 때, 놀다가 지금에서야 글을 씁니다.
마지막 10대를 보내는 건 기대보다는 아쉬움이 더 큽니다.
멋들어지게 공들여 쓰고 싶지만, 또 날 것처럼 쓰고 싶어서, 그냥 생각나는 내용을 주절주절 적어볼까 합니다.
사람은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노래.
저는 책보다는 대중매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나 한국 드라마와 한국 노래를 많이 접했습니다.
많은 대중 매체에서 사랑을 중요하게 묘사하곤 합니다. 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표현을 열심히 하는 모습도 자주 본 덕에 사랑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 많이 좋아했던 친구가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의 일이어서 선명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남아있는 초등학생 때의 기억 대부분이 그 친구이니까 저에게 참 많은 영향을 주었던 친구입니다.
이유 없이 그냥 끌려서, 정말 많이 좋아했고, 그만큼 속앓이도 많이 했던, 첫사랑이라는 단어에 너무나 잘 맞는 친구였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 게 가장 큰 삶의 기쁨이었습니다.
원래도 사랑은 기쁜 일이긴 하지만, 주변의 영향 덕분에 저한테는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좋지 않게 이별을 겪었습니다.
여자친구가 저를 만나며, 다른 친구를 만났었습니다.
헤어진 이후 저에 대해서 안 좋게 이야기를 하고 다니기도 했고,
정말 많이 좋아했지만 동시에 많이 아픈 이별을 겪었고, 슬픈 기억이 되었습니다.
저는 많이 불안정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별이라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흔하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기댈 사람이 없었습니다.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았고, 친한 친구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람한테 받은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기댈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을 찾으려 했던 거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결핍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결과는 악순환뿐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 했고, 약한 모습은 나를 더 못난 사람으로 만들었고, 결국 거절을 당하며 상처를 받았습니다.
무언가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나 봅니다.
많은 거절로 결핍도 커졌고, 소극적으로 되었고, 어두워졌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면 마음을 많이 주었고, 그래서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형태는 좀 많이 이상해졌었습니다.
쉽게, 금방 마음을 많이 주었고, 거절로 낮아진 자존감 탓에 많이 떨었습니다. 그리고 이것 역시 악순환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바보 같지만 많이 힘들었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제가 사람들한테만 마음을 주고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사촌 형이 열심히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나도 저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꿈으로만 간직하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C언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한 네이버 웹툰을 통해 선린인터넷고등학교를 알게 되었고, 두발 자유나 복장 자유 같은 특별한 고등학교 생활과 컴퓨터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컴퓨터 공부를 해야 할 이유가 늘었고, 선린인터넷고등학교를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년 뒤의 나도 멋있게 해킹하고, 멋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겠지?'
그리고 2년이 흘렀습니다.
컴퓨터 공부는 하나도 하지 않았고, 한심하게 시간이나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제 말들로 만들어진 이미지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저를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고, 저는 오만해져 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총체적 난국 속에서 아무런 노력도, 이유도 없이 자만하며 '당연히 내가 원하는 고등학교 갈 수 있겠지' 생각하며 보낸 하루, 이틀, 일주일은 일 년이 되고, 다시 2년이 되었습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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