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만나 오랜만에 인사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원래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어 얘가 그때 이랬었나?
사람만 그런가?
졸업했던 학교를 가도
여기가 이렇게 작았었나?
그땐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생각해 보니 그렇다.
내가 눈을 떼면 그 사이에 변하는 게 당연한데,
그렇지만 내 머릿속 중학교 때의, 고등학교 때의 그 모습들이 섞이며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속으론 인지부조화가 오곤 한다.
이번주에 자취할 곳을 계약했다.
다음 달이면 우리 집을 떠나겠지?
아, 이제 우리 집이 아니게 되겠다.
이 책상은 여기에 있었는데 이제 없네?
우리 엄마가 원래 저런 모습이었나?
지금은 너무 내 것인 우리 동네도,
맨날 까먹지만 어느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 알고 있는 우리 집도,
매일 보는 엄마도 아빠도 동생도,
이 모든 순간과 경험들이 내 손을 떠나고
다시 볼 때마다 내가 아는 모습과 조금씩 달라져서 속으론 어색한 마음을 느끼겠지?
다들 이런 걸 한 번씩은 느끼는 건가? 진짜 대단하다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친구사이’ ‘연인사이’ 할 때, 그 ‘사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건물 사이사이 할 때 그 단어와 같은 뜻이라고 한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리 있지도 않은, 그 사이를 지키며 관계가 완성이 된다는 해석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은 아쉽지만,
매일 보던 사이를 완성시키고, 그렇게 얻은 성장들로 더 많은 사이들을 만들고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 같은 마음이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당신과도 더 좋은 사이를 만들어갈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지나가다 들어온 사람이건, 늘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건, 내 친구이건.
그 관계의 사이에 적당한 기대와 존중으로 채워진 그런 관계 말이다.
물론 부끄러우니까 이런건 속으로만 생각하는 걸로 하고, 얼굴 보고는 그냥 웃으며 인사하는 걸로 하자. '안녕!'
'Non Computer Scie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 해 (2) | 2024.01.01 |
---|---|
하라는 거는 전부 안 하고 살았는데 (0) | 2023.09.19 |
정수기에서 왜 검은물이 나오지..? (1) | 2023.08.11 |
비가 와야 땅이 딱딱해지지 (0) | 2023.07.09 |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1) | 2023.05.21 |